스케치북

Posted 2012. 7. 15. 13:32

하얀 도화지 위에 삐뚤삐뚤 그림을 그립니다.

사각사각 4B연필이 지나간 자리에서

반가운 얼굴이 인사를 건냅니다.

 

풋풋한 색으로 칠해주고 싶지만 물감이 없네요.

 

뽀송뽀송한 오른 볼엔 터질듯 밝은 분홍,

나풀거리는 치맛자락은 병아리 뛰어노는 색,

왼손에 걸려있는 오른손엔 구스무리한 색을

눈으로만 채워 넣습니다.

 

뽀루퉁한 얼굴을 도화지 위에 묻어 보아요.

 

꿈속에서 화가 난 듯 울먹이는 크레파스가

종이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요.

 

하하.

칠칠맞게 이게 뭐람..

얼굴 묻었던 자리에 소금쟁이 아이처럼 지도를 그렸군요.

 

사각거리던 오른쪽 눈끝이 도화지를 따라 글썽입니다.

 

스케치북을 한장 넘깁니다.

다시 하얀 얼굴이 서글거립니다.

 

이번엔 색연필을 꺼내볼까요?

콩콩거리는 멍멍이를 그려볼까요?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니...

 

하하,

글썽거리던,

그 연필 자욱이

내 오른볼에 아직 사각이고 있네요.

 

스케치북,

넘길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