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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후반, 이 나이 때 가장 큰 고민은 누가 뭐래도 취업이다. 특히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또는 5학년 이상)들과 갖 졸업한 이들은 이제 새로운 신분인 ‘취업준비생’이라는 계급을 형성하고 있다.

봄이 한창인 4월 중순의 어느 날, 신흥 세력인 ‘취업준비생’에 어쩔 수 없이 포함돼버린 두명과 홍대 부근 한 바에서 가볍거나 혹은 무거운 수다를 나눴다.

J양은 모여대 경영학과 4학년 휴학중이다.

J양-저는 12월에 자격증 시험이 있어서 그거랑 토익 준비하고 있어요.

토익학원을 다니는데 휴학생들이 너무 많아요. 거기에만 올인하는 것 같아요. 학원에서 숙제도 엄청 많이 내주고, 다시 고등학생이 된거 같은 느낌이에요. 원래 대학생들은 시험 기간 아니면 그렇게까지 열심히 안 하잖아요? 요즘은 새벽 세시까지 숙제하고 그래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L군은 소위 SKY 대학 재료공학과 5학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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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군- 전 사실 처음으로 이력서 넣어놨는데 오늘이 발표예요. 지금쯤 아마 1차 합격자 공지가 올라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음…. 저는 원래 ‘나는 방송인이 될꺼야’라고 생각했었죠. 대학 지원할 때도 거의 신문방송학과 지원했고, 딱 한군데 지금 이 과에 지원했는데 신방과는 다 떨어져서 공대로 왔죠. 1, 2학년 때는 다시 꿈을 키워보려고 했었는데 계속 하다보니 이게 쉬운일이 아니구나 싶어서 지금은 거의 포기한 상태죠.

원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방송관련 동아리도 했죠.
지금은 조금 머릿속이 복잡한게 과 연구실에서 학부연구생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대학원에 들어갈까 해서 하는데, 집에서는 취업 하라고 하고….

J양-저는 대학 올때 수능점수 맞춰서, 그나마 취업도 잘된다고 해서 경영학과 왔거든요. 그런데 처음에는 학과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 3학년이 됐는데 해놓은 것도 없고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그때부터 학과 공부도 열심히 하고, 공모전이나 인턴 정보도 찾아보고 봉사활동, 동아리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때는 활동 중심으로 하다 보니, 토익이나 자격증 준비를 못해서 지금은 이걸 준비하고 있죠.

선배들 말로는 제가 지원하는 금융쪽에는 토익 점수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런건 아는데 지금은 금융쪽을 지원하지만 나중에 취업 준비하다 떨어지면 다른 쪽도 지원 할 수도 있는 거고, 혹시나 걱정되는 마음에서….

L군- 제 친구는 대학 다니다가 영화 감독이 하고 싶다고,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이번에 방송연예과로 다시 들어갔어요. 그런데 가보니까 배우는 것도 자기랑 안 맞고 기술적인 건 아카데미 같은데 가서 배울 수도 있고 해서 들어가자마자 휴학 했데요.
근데, 진짜 충격인게 지금 뭐하냐면 토익 준비한데요. 그래서 영화계에서도 토익 보냐고 물어보니까 거기서는 그런거 안 보는데 가만히 있기 불안하니까 하는거에요. 정말 이젠 토익이 보험이 돼버렸어요.

J양- 요즘은 취업하려면 토익 말고도 필요한게 너무 많은거 같아요. 전공 자격증에 동아리, 인턴, 공모전, 또 어학연수도 많이 다녀오잖아요. 여기 플러스해서 사회봉사 경험 있으면 퍼팩트죠. 물론 외모는 베이스고.

아! 그리고 얼마 전에 좋은데 취직한 선배를 만났는데 어떻게 합격했냐고 물어보니까 독특한 경험이 플러스 된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 선배가 수산시장에서 일한적도 있고, 여행 가이드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대학생들 사이에도 튀어야 산다는 인식이 있어서 특이한 걸 찾아 하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저도 고민이에요. 마라톤이라도 뛰어야 하나…. 개그맨 시험을 볼까요?

정말 목적과 수단이 바뀐거 같아요.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면접 때 할 말을 늘리기 위해 뭔가 하고, 경력을 위해 돈 안 벌어도 되는데 아르바이트 하고...

그런걸 어렸을 때부터 생각하는 거에요. 그러면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정말 취업 걱정이 없다면 하고 싶은게 많은데…. 취미생활도 하고, 전공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대학생때 할 수 있는 그런걸 더 하고 싶어요. 배낭여행이라든가 해외봉사 같이 젊음을 누릴 수 있는 걸 순수한 마음으로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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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군-저는 매일 아침 연구실 나가고 평일에는 학원 강사 알바를 하고 있어요. 중학생들한테 과학을 가르치는데, 대학생활 하면서 이것저것 통틀어 제일 행복한 기간이에요.

수업하다보면 얘들 떠들고 하면 화도 나지만 아이들하고 있는게 스트레스가 쌓이는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풀려요. 이러다보니 걱정되는게 내가 전공 살리면 원치 않는 직장 생활을 할게 뻔한데 그러다 취업해서 적응 못하면 다시 학원 강사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문제는 또 주위 이목이죠.

그 대학 나와서 그거 하고 있냐…. 스타급 강사가 아니면 돈도 많이 못 벌잖아요.

J양- 맞아요. 내 만족보다는 다른 사람 만족 때문에 취업에 스트레스가 더 되요. 친척들끼리 모이면 누구는 어디 들어갔다 더라…. 완전 보여주기 위한 취업이야.

고3때는 이것만 참아내면 대학가서 행복할거라고 했고, 지금도 이걸 참고 취업하면 행복 할거야…. 그런데 그것도 아니고 이제 참는거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아까 한 말이 맞아요. 대학생활하면서 즐겼던 일들이 분명히 취업에 도움이 되는데 지금은 그걸 반대로 생각하고 있잖아요? 얼마 전 1학년들과 술을 먹는데 얘들 질문이 ‘스펙은 어떻게 올려요? 이런 경험이 될까요?’ 이런거 였어요. 사실은 그게 아니라 내가 즐겁게, 열성적으로 했던 일들이니까 면접에서도 도움이 되는 건데...

L군-네. 그게 종이한장 차이인데 원래는 내가 즐기려고 하다 보니 그게 도움이 되야 되는데 요즘은 취업을 위해서 내가 이런걸 해야겠다고 하니….

J양-그럼요. 대학생들은 인생을 좀 더 즐길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결론은?

L군-결론은 즐겨라!

그러나 우리는 토익 공부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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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이슨소울

    | 2008/04/15 10:33 | PERMALINK | EDIT | REPLY |

    여러모로 저의 주변 친구들 얘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항상 친구들한테 '그냥 즐겨!' 라고 말하는데,
    그게 요즘은 좀 두렵네요..
    나중에 뭔 소리를 들을지 몰라서..^^

  2. LIVey

    | 2008/04/16 23:31 | PERMALINK | EDIT | REPLY |

    대학 새내기는 이런 글 보면 슬퍼져요 엉엉

  3. 하울링

    | 2008/04/20 23:33 | PERMALINK | EDIT | REPLY |

    on20 창간호에 실린 글이군요 ^^ 왼맘잡이님 반가워요

  4. eunJi.

    | 2008/04/23 16:22 | PERMALINK | EDIT | REPLY |

    듣기만해도 무섭고 보기만해도 숨이 막히는.. 제가 4학년이라서 더 그런가봐요ㅎ
    저마다 하는 일에 따라 배울 것이 다를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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